생명창조자의 율법

생명창조자의 율법 - 5점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1. 별의 계승자로 유명한 제임스 호건의 책이어서 읽었다.

2. 설정의 방대함에 비해, 내용은 빈약하다. 후기에서 언급한 일반적인 서평은 그야말로 적확하다.

3. 서구인들은 무신론조차 기독교적 무신론이다. 진화론조차 기독교적 진화론이다. 태생부터 환경이 되었던 기독교의 영향을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벗어나지 못한다.

3-1. 자신은 오마쥬 정도로 생각했을 모세의 십계명 장면 같은 건 정말 너무 유치해서 참아내기 어려웠다.

4. 근래 읽은 SF 중 가장 못하지 않나 싶다.

신라인은 삼국 통일을 말하지 않았다


1. 간략히 요약하자면, 당시 사료를 근거로 볼 때 신라시대 당시의 신라인들은 이념적으로는 자신들이 삼국 통일을 한 것이 아니라 삼한 통일을 했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1-1. 그런데 그 사료가 상당히 빈약하다. 여섯개 중에 네개는 삼한 통일, 하나는 삼국 통일, 하나는 불분명, 이런 식이다.

2.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탠스가 갈팡질팡한다는 건데, 일단은 자기 생각에 신라인들은 고구려를 통일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삼국 통일이 아닌 삼한 통일(일통)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발해의 건국에 대해서도 별다른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뭐, 그건 좋다.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견해다.

2-1. 근데 그러면서 이런 주장이 제2의 동북공정을 긍정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서 걱정을 한다. 이것도 가능하다.

2-2. 그러나, 위 두 주장은 논리적으로 병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둘 중 하나를 명확히 선택했어야 하는데, 작가는 이걸 못한다. 그 이유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3. 그렇지만 그 결과 야기된 논지의 혼돈은 논문성 서적으로서는 매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3-1. 이런 시각도 있다. 딱 그 정도의 책이다. 제목만 봐도 충분할 수 있는.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 - 4점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전승희 옮김/창비

이 책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전통적 평가에 한 손 들어주겠다. 재미 없다.

진흙발의 오르페우스

진흙발의 오르페우스 - 8점
필립 K. 딕 지음, 조호근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1. 필립 딕의 단편선이다. 모두 17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대부분 다른 곳에서 읽지 못했던 글들이다.

2. 좋았던 것을 꼽자면, 좀 뻔하지만 무한자, 포기를 모르는 개구리는 내 취향에 맞았고, 존의 세계, 머리띠 제작자, 참전 용사, 재능의 행성 등이 좋았다.

2-1. 표제작 진흙발의 오르페우스는 별로였고, 가장 유명하다는 보존 기계나 그 연작인 갈색 구두의 짧고 행복한 생애 같은 것들도 그냥 그랬다.

2-2. 희생양, 화성인은 구름을 타고 등등 나머지는 내 취향에 잘 안맞는 작품들.

3. 가장 좋았던 건 전쟁 장난감이었다. 구성도 훌륭하고, 내용도, 반전 역시 좋았다. 하나만 읽으라면 이 작품을 읽어야 할 듯.

네버웨어

네버웨어 - 10점
닐 게이먼 지음, 황윤영 옮김/f(에프)

1. 예전에 한번 봤던 책이지만, 개정판이기도 하고 뒤에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기도 했다고 해서 다시 읽었다.

1-1. 기억력이 나빠서 좋은 점은,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 한번 읽었던 책도 새 책처럼 읽을 수 있다는 거다.

1-2. 도어의 특별한 능력 빼고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아서 좋았다. 물론, 결말도.

2. 예전의 감상에서는 마무리 중 예상했던 부분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했는데, 내가 예상했었다면 그건 리처드가 지하세계로 되돌아간다는 것 하나 뿐이지 않았을까 싶다.

3. 나라면, 아무리 공허하게 느껴져도 하지 않을 선택이다. 그 세계가 조금만 더 깨끗했다면 또 모르겠다.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 6점
오구리 히로시 지음, 서혜숙.고선윤 옮김/바다출판사

1. 딸에게 수학을 쉽게 가르쳐주겠다는 컨셉으로 쓴 책이기는 한데, 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컨셉부터 출발이 잘못됐다. 수학의 각 분야는 연령에 따라 학습의 수준이 다르고, 어떤 부분은 이미 아는 이야기, 어떤 부분은 들어도 모를 이야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내용 역시 독창성이 거의 없다.

화이트헤드의 수학이란 무엇인가

화이트헤드의 수학이란 무엇인가 - 4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지음, 오채환 옮김/궁리

수학에 입문하려면 이 책보다는 좀 더 재미있는 책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소한 칼

사소한 칼 - 8점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아작

1. 앤 레키의 라드츠제국 시리즈 제2편.

2. 전편의 제목 사소한 정의는 저스티스급 함선의 인공지능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일만 하지만, 이번 편의 제목은 약간 억지스럽다.

2-1. 굳이 선해하자면 소드급 함선의 인공지능이 자기 함장에 대해 갖는 애정이 서브 테마이기도 하고, 제목의 통일성을 위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봐야겠지만, 소드 아타가리스보다는 칼르 5호의 비중이 더 크다는 점에서 에러인 건 어쩔 수 없다.

3. 이 라드츠제국 시리즈를 읽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라드츠제국의 예의범절이 너무나도 여성적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이런 세계에서 살라고 하면 남의 눈치를 너무 봐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머리가 터져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4. 전편보다는 확실히 질이 떨어졌다. 스토리의 박진감이나, 설득력 같은 것들이 모두.

4-1. 어쩌면 책으로서도 3부작의 브릿지라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리스 신들은 왜 종교가 되지 못했나

그리스 신들은 왜 종교가 되지 못했나 - 6점
후지무라 시신 지음, 오경화 옮김/하빌리스

1. 앞부분은 재미있다. 그리스인들이 바다를 와인색이라고, 피를 녹색이라고 표현했다든가, 그리스 국가는 158절까지 있어서 연주하는 데 1시간쯤 걸린다든가, 신전이 흰색이 아니라 매우 컬러풀했다든가.

1-1. 근데 그게 다다. 그 외에는 그냥 평범한 그리스신화 소개.

2. 제목은 낚시다. 전체 259쪽 중 16쪽만 이 주제에 할당돼 있는데, 내용도 없고 결론도 없다. 그냥 그리스인들은 신을 믿었지만 종교로 믿지는 않았다는 헛소리. 신앙심보다는 절차를 중시했다와 저 결론은 연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기복신앙이어서 궁극적으로는 종교가 아니다 정도가 맞는 결론일 것 같다.

3. 결국 굳이 볼 필요는 없는 책.

번역투의 유혹

번역투의 유혹 - 7점
오경순 지음/이학사

1. 저자의 박사논문을 좀 대중적으로 고쳤다는 책이다.

2. 알고 나면 제법 유용할 외국어와 외래어, 특히 일본에서 유래한 언어들에 대한 방대한 나열이 있다.

3. 어렸을 때는 저런 지식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나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일본어의 영향을 가능한 한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3-1. 그런데 요즘은 과연 우리나라 말에서 외국어를 쏙 뽑아낼 수 있겠는가, 굳이 일본어를 다른 외국어와 구별할 이유가 있는가, 외국어는 언제부터 외래어 대접을 해준다는 말인가 등등에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4. 그래서 그다지 공들여 읽으려는 생각은 좀 사라진 채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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