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대제

강희대제 세트 - 전12권 - 5점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더봄

1. 중국 사람들의 뻥은 알아줘야 하겠다. 내용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뻥도 말이다.

1-1. 이 책을 쓴 얼웨허가 책의 주장대로 문단일걸, 또는 역사소설의 황제라면 김용은 정말로 신이겠다.

1-2. 어쩔 수 없이 녹정기, 보보경심과 비교해야 하는데, 녹정기를 100점으로 잡으면, 보보경심이 70점, 강희대제는 30점 정도 수준이다.

2. 스토리의 진행이 중구난방이다. 실존인물은 역사적 사실과 함께 줄거리 내에 때려박아넣기는 해야겠는데, 그걸 매끄럽게 할 자신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인물이 나타났다 아무 이유 없이 죽어버리고 그 죽음에 대한 설명을 두루뭉수리 넘어간다.

2-1. 인물의 행동 역시 독자적 해석을 제대로 못해서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설득력이 없다. 등장했다 잠시 퇴장한 인물이 재등장할 때는 나름의 스토리와 성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다.

2-2. 등장인물 중 소모자와 위동정은 위소보를 반으로 나눈 듯한 인물인데 둘 다 인물의 깊이가 종잇장 같다.

3. 전면개정판이라고 하는데, 구판을 못봐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번역 역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특히 대사는 정말 개판이다. 강희의 대사를 시정잡배만도 못하게 써놨다. 그래도 황제인데 좀 무게 잡는 어투를 써줘야 하지 않나? 어렸을 때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서른 넘어서라도 말이다. 열살 때나 예순살 때나 말투가 똑같다.

4. 중국 공산당 지도부들이 이 책을 교과서 삼았다고 하는데, 난 솔직히 못믿겠다. 이 책을 교과서 삼았다면 부정부패를 웬만한 건 눈 감고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자는 사고방식 역시 추종한다는 이야기인데, 국가지도자라면 설사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는 있더라도 대놓고 그렇게 얘기는 못한다.

5. 이 책이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는 중국인의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중국식 시스템을 그렇게 부러워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5-1. 중국이 근대화 시기에 서구 열강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정도의 교훈은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고작 그런 교훈을 어디서는 못 얻을까?

6.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그러니까 25년쯤 전에 읽었더라면 어떤 느낌이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94년 경에 사려다 말았던 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