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
1. 지나치게 길고 지루했다. 미치는 줄 알았다.

2. 물론 그대로 갖다 놓지는 않았지만, 캐릭터 중에는 현실의 모델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순재 캐릭터의 모델은 DJ. 그렇다면 장동건이 김현철인가? 고두심의 모델은 아무리 봐도 강금실.

3. 스토리는 많이 한심했다. 이순재 스토리도 그랬지만, 제일 멍청한 건 장동건 스토리. 북일간의 긴장은 딱 순정만화 수준이었다. 도대체 그런 멍청한 - 일본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도발, 미국은 자신의 국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일방적 일본 편들기, 거기에 킹왕짱 멋진 국방위원장님의 대범함 - 상황을 긴장 상황이라고 벌려 놓다니. 머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장동건을 멋지게 묘사하기 위해서 설치해 놓은 장치라는 게 일본 대사 불러 놓고 야단치는 거? 그게 멋있어 보이나 보지? 그렇게 생각해 놓고는 정작 찍은 장면은 우리나라의 국가원수를 고작 주한 일본대사와 정상회담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란히 앉혀 놓다니. 게다가 앉아 계신 대사님 앞에서 대통령은 서서 말씀을 드린다? 그렇게 받들어 모시고 싶은 대통령을 일본의 일개 대사급으로 떨어뜨려 놓고는 뭘 잘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북한 밀사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거기선 국정원장과 안보수석을 더 병신 만들지.) 내가 의전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저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일본 수상한테 직접 이야기를 하든지... 대사를 통해서 항의하려면 외교부 차관쯤이 불러서 (더 열받았을 땐 아주국장쯤?) 야단을 쳤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 영화에서 나온 것 같은 상황은 국가적 망신이자 굴욕이다. 만약 내가 대통령인데 밑의 놈들이 저런 자리를 만들었다면, 의전수석, 외교안보수석은 바로 모가지였을 거다.

4. 더 한심한 부분은, 장동건도 그렇고, 고두심도 그렇고, 도대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개념이 전혀 없다는 점. 대통령이라는 게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지는 마음 편하게 (반드시 그 시점에서 필요한지조차 알 수 없는) 수술 따위를 하러 들어가? 게다가 수술을 마치고 나서도 전쟁 상황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고 수술 결과부터 물어? 나 같으면 저따위로 국가 안위에 대해 전혀 걱정조차 안하는 대통령은 탄핵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 고두심 역시 마찬가지다. 도대체 일국의 대통령에게 사적인 일이나 자격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한밤중에 행적도 안밝히고 혼자 차를 몰고 사라져 버리는 사태를 만들다니. 이것 역시 탄핵 감이다.

5. 하긴 장진한테 이 수준을 넘어서기를 기대한다는 게 무리이기는 하다.

6.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못찍었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직책에 대한 개연성이 전혀 없다. 외국에서 교수 하다, 갑자기 귀국해서 국회의원 당선된 다음 대변인 하다, 아무 설명 없이 또 국회의원 관두고 대학교수 돼 버리는 한채영이나, 이순재 대통령 때부터 최소한 7년은 지난 고두심 대통령 때도 여전히 전혀 늙지 않은 똑같은 얼굴, 똑같은 직책에 있는 청와대 참모진이나, 설정상 최소한 41세는 넘었을 장동건의 친구(인데다가 비서실장)한테 마구 하대하며 반발해 대는 직책도 알 수 없고, 생긴 건 30대 중반인 여자애의 존재라든가, 정권(집권당)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청와대의 대통령 경호책임자(경호실장인지는 알 수 없다.)라든가, 아무리 봐도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역시 7년 이상 동안 하나도 늙지 않은 청와대 주방장이라든가... 세월의 흐름 정도는 보여줘야 되는 것 아니냔 말이다. 한마디 더 하자면, 도대체 일국의 국정을 담당하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인간들을 왜 그렇게 엑스트라 티가 나는 사람들로만 캐스팅했는가 하는 점. 얼굴에 관록이 보이는 인간이 전혀 없다. 이건 심지어 TV 토론 진행자와 출연자들 역시 다 그렇다.

7. 이 영화에 등장하는 군상들 같은 수준의 능력(의견을 물어보는 수준이 아니고, 주방장을 멘토로 섬기는)을 가진 인물들이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이었다면 우리 나라가 이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더 불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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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칼 | 2009/10/30 21:54 | 영화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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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소여 at 2009/10/30 23:11
지나가다 200% 공감하고 덧글 남깁니다. 많은 평들이 장동건 멋졌다는 내용이 많아서 나만 졸렸었나... 나만 손발이 오그라졌었나 하고 고민하다가, 아직 세상은 외롭지 않아- 하며 안심했습니다. ㅜ_ㅜ
Commented by 얼음칼 at 2009/10/31 22:40
장진이 자기 수준으로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마리 at 2009/11/01 00:07
이순재, 장동건 대통령은 판타지였어요. 그게 장진 영화의 장점인걸요.
저는 오히려 고두심 얘기가 넘 현실적인 소재를 갖고와서 의아했어요.
억지로 교훈을 주입하려 할 때 이런 실수가 많이 생기는데 앞의 두 에피소드는 그래그래... 하면서 재밌게 봤는데 고두심 얘기에서 땅으로 추락해 버리더라고요.

2.이순재가 DJ라는건 쫌... 반대당 국회의원까지 지낸 데다, 여전히 그 당 지지자 라는게 알려져 있다는걸 본인도 알걸요?
Commented by 리체 at 2009/11/01 11:02
최근에 아들이라는 영화를 보고서는, 장진 감독의 영화는 장진식, 이라는 호칭 때문에 의외로 완성도가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극장에서 아는 사람이랑 봤다가는 손발이 오그라들겠네요;;;
Commented by 은백색코알라 at 2009/11/12 17:09
우와앙ㅠㅠㅠㅠㅠ 이런 단비를!! 전 정말 뛰쳐나가고 싶었습니다. 옆사람이 울고웃고 반복하는 것도 거슬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찬의 예찬을 하는 통에, 혼자 별루라고 하면 몰매맞을 것 같았습니다. 저랑 생각이 같으시군요! ㅠㅠ 솔직히 장진이라는 이름만 지우면 아무것도 없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웃기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더군요. 게다가 감동스러운 장면에 일부러 감동배경음악으로 극대화하려는건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튼 글을 조리있게 써주셔서 전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ㅠ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얼음칼 at 2009/11/14 11:07
마리 // 저와는 취향이 많이 다르신 듯.

리체 // 전 사실 장진이 직접 감독한 작품에 대해서는 완성도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대수준마저 밑돌았지요.

은백색코알라 // 별 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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