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열린책들 |
1. 박언니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라며 선물한 책이다. 읽어 보니 얘가 이 책을 좋아한 이유를 알 듯 하다. 소설을 쓰는 작가와 편집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2. 책은 네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각 장마다 제목의 사람들이 화자이다. 첫장은 베스트셀러 소설가 루카스 요더. 루카스 요더가 그렌즐러 8부작이라는 베스트 셀러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쓰는 이야기다. 둘째 장은 루카스 요더의 편집자인 이본 마멜. 유대계 여성인데 셜리 마멜스타인이라는 이름을 프랑스식으로 바꿨다. 셋째 장은 요더와 동향으로 대학 후배로서 출신 대학의 교수이자 유명한 평론가(이름은 잊었다.), 마지막 장은 독자(역시 이름 잊었다.), 그러나 단순한 독자는 아니고 역시 같은 동네의 재벌 미망인으로서 그 외에도 소설가인 손자를 통해 앞의 세사람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녀의 손자는 평론가의 제자 겸 동료 교수로서 마멜이 그의 책을 편집한다.
3.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알 수 없다. 내 생각에는 말하려는 건 아예 없었던 것 같다.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거나 뭘 전달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뿐이라는 느낌이다. 단,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그 자체로도 재미있었다. 매우 재미있었다.
4. 그런데 별은 왜 네개일까? 소설가 부분과 편집자 부분은 재미있었다. 그냥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매우 재미있었다. 그런데 평론가 부분부터 재미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단, 이 평론가는 호모다. 나는 극단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평균 정도는 되는 호모포비아를 갖고 있다. 아니, 어쩌면 평균보다 좀 높을 지도... 하여간, 촉망받는 젊은 학생이었던 이 사람을 그의 학문적 스승이라는 작자가 호모의 길로 유혹하고, 글의 내용 속에서 스스로는 부정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더라도 호모의 자질이 있었던 그도 기꺼이 호모의 길에 빠져들고, 젊고 재능 있는 후배를 무의식적으로 호모의 시각으로 보려 드는 (게다가 스승이라는 작자는 에이즈로 죽는다.) 묘사 부분이 저절로 짜증이 났다. 거기에 더해서 미치너는 이 평론가를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적 질투의 화신으로 만들어 놓는데 이 부분이 특히 좋지 않았다. 미치너가 묘사한 수준의 평론가라면 역시 미치너가 그린 방식의 유치한 사고를 한다고 믿기 어렵다. 이건 (소설가) 미치너가 평소 (자기를 씹는) 평론가들에 대해 갖고 있던 반감을 유치한 방식으로 해소한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독자 부분은 제일 졸작 같아 보이는 파트인데, 어떻게든 책을 마무리하기 위해 갑작스런 반전을 시도한 인상이었다. 앞의 절반이 별 다섯개 만점에 다섯개였다면, 뒤의 절반은 세개, 혹은 두개다.
5. 전에도 쓴 일이 있는데 소설을 읽을 때 제일 집중이 안되는 설정이 등장인물의 천재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천재적 음악가든, 화가든, 하다 못해 듣는 사람 누구나 웃을 수밖에 없는 절대적 유머(음악이나 그림은 당연하지만, 이 유머의 경우는 절대로 들려주지는 않는다.)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소설의 경우 루카스 요더의 천재성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하다. 요더는 절대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베스트셀러 소설가다. 그런데 책 안에 묘사된 그의 그렌즐러 8부작을 아무리 읽어봐도 이게 왜 재미있는 스토리의 소설일지 알 수가 없다. 스토리 자체는 전혀 재미 없다. 어쩌면 그의 8부작이 문장이나 묘사에 강점을 두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지루한 스토리로 선주문 75만부가 들어오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는 설정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에 더해 평론가와 그의 제자이자 역시 천재적 소설가인 티모시 툴. 이 두사람 역시 어떻게 보더라도 뛰어난 평론가나 천재적 소설가가 아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사고의 깊이가 별로 없어 보이니 그들이 심각하고 진지하게 떠들어대는 주장들이 더더욱 와닿지 않는다. 이런 점이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 아닐까 한다.
6. 그래서 결론을 내리자면, 뭐 그래도 읽을 만은 하다. 나는 사실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
http://swordman.egloos.com2008-05-07T00:59:26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