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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선가 이 영화를 메멘토와 비교하면서 내러티브의 부족함을 독특한 형식만으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메멘토는 그 압도적인 형식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데 더해 내용 역시 형식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밴티지 포인트는 그렇지 않다.
2. 시점이 반복되면서 진상이 드러난다면서 라쇼몽에 비유하는 이야기도 봤는데, 이 역시 과찬이다. 라쇼몽은 진실이 과연 무엇인가를 추구했다면 밴티지 포인트는 그냥 짧고 단순한 이야기라는 진실을 숨기기 위해 괜히 뭔가 있는 듯한 복잡한 형식으로 눈길을 현혹시키려 한 것에 불과하다. 3. 데니스 퀘이드, 포리스트 휘태커, 윌리엄 허트 등 출연진은 화려하고, 또 난 개인적으로 데니스 퀘이드를 좋아한다. 게다가 전에도 몇번 언급한 일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이런 식으로 우연이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식의 줄거리도 좋아한다. 세계를 멸망시킬 능력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범죄자가 그 일을 수행하러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결말 말이다. 흥행은 안되겠지만. 그런데 그런 식의 결말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그 일이 일어나기까지의 아귀는 맞아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기초적인 앞뒤를 제대로 못맞췄다. 도저히 그 시간에 여기서 거기까지 가서 그 일을 하고 돌아올 수는 없지 않느냔 얘기다. 그 여자 말이다. 그에 더해 수백명을 폭탄 테러로 죽이고, 자기 수족을 인간 폭탄으로 만들고, 눈에 보이는 인간들은 닥치는 족족 죽여대던 냉혹한 테러리스트가 고작 어린애 하나 안치려다가 차가 전복돼 지도 죽고 일도 몽땅 그르친다는 게, 개와 어린애는 절대로 안죽인다는 헐리우드 공식에야 맞겠지만 논리적으로 옳은 이야기냔 말이다. 수퍼맨처럼 날아다니는 포리스트 휘태커도 마찬가지고. 그에 더해 마지막에 부록으로 보여 준 별거했던 아내와 감동과 눈물의 통화씬은 영화의 가치를 한그레이드 더 낮춰 준다. 4. 반복되는 형식, 정말 지루했다. 지나치게 강하고 자극적인 음악 역시 왕짜증을 유발했고 말이다. 5. 영화 포스터와 관련해 배급사의 자작극이라고 의심되는 노이즈 마케팅 시비가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기는 했을 것 같다. 그러지 않고는 도저히 흥행이 어려운 영화였으니까. 물론 전국적으로 곧 내리지 않을까 싶다. 돈이 남아돌아가고 아무 생각 없이 진행되는 카체이스 장면 정도가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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