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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렛츠 리뷰에 소개된 책을 보고 냉큼 신청했다. 워낙 경쟁률이 높아서 될지 여부에 의구심이 있었지만, 다행히 당첨돼서 책을 받아 보았다. 2. 책은 재미있고 유익했다. 지난번 스탠드 6권에 대해 리뷰할 때도 그랬지만, 이런 식으로 책을 공짜로 받은 다음 리뷰를 할 때면 뭔가 얻어먹은 티를 내야 할 것같아서 심리적 부담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스탠드 6권은 차마 좋은 얘기를 쓸 수가 없어서 0.3초 정도 고민하다가 그냥 느낀대로 혹평을 했었다. (사실은 킹에 대한 애정 때문에 더 그랬었다.) 그런데 이 책은 실제로 좋았으므로 그 좋다는 얘기를 그대로 할 수 있어서 기쁘다. 3. 책의 내용은 알라딘의 책 소개를 읽어 보면 알테니 따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책의 내용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두가지 정도만 인용해도 책에 대한 감상으로는 충분할 것같다. 4. 책의 중간에는 배심제에 대한 실험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인 와이즈먼은 피고인의 외모가 배심재판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실험했다. 똑같은 모의재판 장면을 촬영하면서 하나는 순진하고 착한 얼굴을 한 피고인을, 다른 하나는 전형적인 범죄자의 얼굴을 한 피고인을 대상으로 찍은 다음 이를 텔레비젼으로 방영했다고 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로부터 유무죄에 대한 전화를 받았는데, 그의 실험 결과, 똑같은 증거(유무죄가 불분명한 수준의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전형적인 범죄형의 얼굴을 가진 피고인이 유죄라고 판단한 시청자는 40퍼센트였던 반면, 순진한 얼굴을 가진 피고인이 유죄라고 판단한 시청자는 29퍼센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존 스튜어트라는 사람의 조사 결과는 공범들 가운데서도 잘생긴 범죄자들이 못생긴 범죄자들보다 훨씬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또한, 로버트 치알디니라는 사람의 연구에 의하면 1960년대 후반 뉴욕시 교도소는 죄수들의 보기 흉한 얼굴을 바로잡아 주는 성형수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성형수술을 받은 죄수들이 재수감되는 경우가 훨씬 줄어들었다. 이를 근거로 일부에서는 전과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성형수술을 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치알디니의 해석으로는 성형수술로 인해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그들이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을 낮출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내가 배심제에 대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들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일응의 증거로는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배심제라는 건 논리적 필연성을 가진 제도가 아니다. 영국에서는 Norman Conquest 이후 노르만 귀족들과 색슨 평민들 사이의 언어소통 불능으로 인해 발달한, 미국에서는 그 전통을 무비판적으로 계승한 후 커뮤니티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성원을 배제하기 위해 발달한 제도일 뿐이다. 필요하지도 않고, 민주적 정당성 같은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비용만 엄청나게 들어가면서(이게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시간 낭비가 엄청나게 심하고(배심제 때문에 재판 시간이 늘어나서 다른 재판들이 늦어지게 된다.) 정작 효과보다는 없이 불의만 융성하게 만드는 멍청한 제도일 뿐이다. 5. 또한 와이즈먼은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찾는 실험도 했는데, 인터넷을 통해 농담을 모은 다음 그걸 평가해서 제일 웃긴 농담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 실험은 의외로 유명해서, 우리도 외신을 통해 "농담대회에서 홈즈와 왓슨에 대한 농담이 1위를 차지했다"는 약간은 왜곡된 기사를 본 일도 있다. 홈즈 농담을 보고 싶은 사람은 클릭 홈즈와 왓슨이 야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텐트 안에서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홈즈가 왓슨을 깨웠다. "왓슨, 뭐가 보이지?" 왓슨이 말했다. "수백만개의 별이 보이는군." 홈즈가 물었다. "그래서 뭘 추리할 수 있지?" 왓슨이 말했다. "글쎄, 수백만개의 은하계가 있고, 수십억개의 행성이 있다면 그 중 몇개는 우리 지구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럼 그 행성들에도 생명체가 있을지 모르지." 홈즈가 잠시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왓슨, 이 멍청아. 누군가 우리 텐트를 훔쳐갔잖아." 처음 외신에서 저 농담을 봤을 때는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재미가 별로 없다. 책에 나온 농담들 역시 대체로 다 아는 것들이라 역시 재미 없었다. 그러나, 처음 들었을 때는 재미있었을 거다. 코미디언들이 얼마나 힘들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6.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재미있는 실험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그 결론들 중에는 PC적 측면에서는 다소 위험해 보이는 것들도 있다. 유머 감각이나 기타 성향에서 인종적, 성별적 차이가 있다거나,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류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고 선의를 베푸는 반면 그 외의 경우에는 배타적이 된다거나, 사람의 이름이나 외모가 그의 성격과 운명에 강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 역시 편견이다. 실험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옳은 일일 듯하다. 7. 이 책은 정가가 13,800원인데 책의 분량에 비해 약간 비싸게 느껴진다. 그런데 아주 좋은 종이를 썼다. 그리고 분량이 아닌 책의 내용을 생각할 때는 그다지 비싸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보다 훨씬 한심하고도 더 비싼 책도 많은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본다. 그에 더해 이렇게 괜찮은 책을 공짜로 읽었으니 근래 들어 한 독서 중에서는 제일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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