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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을 산 가장 큰 이유는 운디네를 제대로 번역한 글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차경아 번역은 너무 개판이었다. 더 불만인 것은, 그 동안 여러번 재판이 나왔음에도 번역은 단 한번도 손보지 않은 것 같다는 점. 귀찮아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번역에 너무 자부심이 강해서인지 알 수는 없는데 도저히 후자 같지는 않다. 2. 운디네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다. 국민학교 5학년 때쯤 KBS 라디오에서 운디네를 각색해서 방송해 줬었는데 얼마나 재미있게 들었는지 그 주제가까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던 중 중학교 2학년 때 동네 책방에서 운디네를 발견해서 읽게 됐다. 물론 차경아 번역이었다. 차이코프스키가 백조의 호수를 작곡할 때 마지막까지 운디네와 백조의 호수 중 어느 것으로 할까 고민했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고, 디즈니가 인어공주 극장판을 낼 때 역시 운디네와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나로서는 둘 다 너무 아쉬운 일이었다. 3. 이 책은 운디네 외에도 다른 물의 요정들 이야기가 실려있다. 운디네 말고 다른 물의 요정들은 어떤 식으로 묘사돼 있나에 대한 궁금증이 책을 산 두번째 이유였는데, 책에 실린 단편은 다섯개다. 이하 편별로 간략하게 감상을 써 본다. 물론 스포일러 있다. 멜루지나에 대한 아주 놀라운 이야기 루트비히 티크라는 작가가 쓴 글인데,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인어, 혹은 뱀, 혹은 용인 멜루지나라는 여자가 기사와 결혼해서 애를 낳고 잘 살지만(이종교배의 영향인지 애들은 모두 약간씩의 불구를 안고 태어난다.), 남편에게 일주일에 하루만 혼자 있을테니 그 모습을 훔쳐보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좀 익숙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의심이 들어 몰래 훔쳐보다 뱀의 모습을 발견하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남편이 안본 척 하니까 멜루지나도 안들킨 척 하고 넘어간다는 거다.) 그래도 참고 살다가 어느 순간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멜루지나를 원망하면서 자기가 훔쳐봤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은 파국으로... 그냥 원형적인 이야기지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운디네 프리드리히 드 라 모트 푸케의 작품이다. 당대의 일류 대중소설가였지만 남아서 읽히는 글은 이것 하나뿐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읽으면서는 아주 슬픈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읽어 보니 훌트브란트가 더 머저리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훌트브란트는 소설에 묘사된 것보다 좀 더 멍청하고 무능력한 남자였을 거고 초자연적인 존재인 운디네를 자신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두려워 견딜 수가 없었을 것 같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결국 운디네를 세련되게 변형시킨 작품임을 알 수 있다. 황금 단지 에.테.아. 호프만의 작품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흥미로운 글이다. 전체적인 구성과 구도가 중국 설화인 백사전과 거의 흡사하다. 다만 백사전이 허선과 법해선사가 백사로부터 벗어나는 쪽 관점에서 씌여졌다면, 황금 단지는 남자 주인공(이름은 잊었다.)과 세르펜티나가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관점에서 씌여졌기 때문에 이 소설의 법해선사라고 할 리제 할멈은 마녀로 묘사된다. 그리고 결론 역시 해피엔딩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세르펜티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황금 단지의 여주인공은 서펀트인데 이게 왜 물의 요정이 되는 걸까? 앞서 본 멜루지나의 예처럼 뱀과 물이 연결되는 건지 싶다. 이 부분은 역자가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해 놨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지 이해가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름다운 라우 이야기 에두아르트 뫼리케의 작품인데 그냥 평범하다. 이런 류의 글들에서 가장 약점은 책을 읽는 사람은 웃기지 않는데 등장인물들은 배꼽을 잡고 웃는 것처럼 묘사돼 있다는 점이다. 가라앉은 종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의 작품으로 특이한 점은 희곡 형식이라는 거다. 그냥 그것만 특이했다. 다섯개 중에서 내 개인적으로는 제일 재미 없고 떨어지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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