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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 두었지만 어쩐지 라이트 노벨이나 할리퀸을 연상시키는 표지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1. 우선 칭찬하기 전에 지적부터 하나. 번역하는 사람들은 제발 국어 공부 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가장 대표적으로 많이 틀리는 게 배웅과 마중인데 다행히 이 책에는 그 단어가 사용될 일이 없었다. 하지만 나왔으면 틀렸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결정적으로 엉터리였던 단어 사용이 두개 있었는데 뒤의 것이 너무 압권이어서 앞의 것은 잊어버렸다. 눕는다는 등을 바닥에 대는 자세를 말한다. 배를 바닥에 대는 자세는 엎드리다라고 표현하는데 번역자는 둘 다 눕다라고 번역한다. (다른 책에서는 앞으로 눕는다는 표현도 본 적이 있다.) 요즘 학교에서는 엎드리다라는 단어를 안가르치나 싶다. 이것 외에도 번역상의 사소한 실수는 눈에 띄는데 그냥 감상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2. 저자인 엘리자베스 커티스 시튼펠드는 1975년생이라고 한다. 이 책을 쓴 건 2005년이라고 하고, 쓰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하니 우리 나이로 29세부터 31세까지를 바친 셈이다. 데뷔작이라는데 그 정도의 정열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책이다. 시간여행자의 아내만큼 놀라게 만드는 데뷔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의 데뷔작이다. 그리고 모든 데뷔작이 피하기 어려운 숙명처럼, 이 책의 주인공 리는 저자의 투영이라는 느낌을 준다. 3. 책의 캐릭터 중에는 "김신준"이라는 한국 여학생이 나오는데 신준이라는 이름을 왜 여자이름이라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신준의 여동생 이름은 은지라는 걸 보면 마음대로 지은 이름은 아닌 듯 하다. 저자도 역시 프렙 스쿨을 나왔는데 학교 동기 중 한국 여학생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4. 프렙(Prep, 주인공이 다니는 사립학교 등을 총칭하는 단어이자 이 책의 제목이다.)이라는 단어는 Love Story에서 제니퍼(알리 맥그로우)가 올리버(라이언 오닐)를 처음 만났을 때 그를 Preppie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처음 접했다. 그래서 프렙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몰랐는데 이 책을 보니 솔직히 저런 학창생활을 보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각진 성격으로는 지내기 좀 힘들었겠지만 말이다. 5. 주인공 리는 똑똑하고(미시건대학을 가면서 분해할 정도다.) 매력적이다.(다른 애들이 은근히 좋아한다. 본인이 접근하는 애들을 밀쳐내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매사에 자신이 없고 항상 피해의식에 젖어 살면서 투명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천성이 그런 경우도 있고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리의 경우는 후천적 영향이 더 크다는 인상을 준다. 내 주위에서 매우 익숙하게 보던 캐릭터다. 6. 리의 아버지는 정말 짜증나는, 그러면서도 혹시 내가 저런 행동을 했던 적이 없었나 하고 반성하며 돌아보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무식하고(혹은 무식을 가장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의 행동이 유일하게 올바른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이 그런 인간의 존재만으로도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드는데, 심지어 그 인간이 나와 연관되어 있는 그런 상황. 거기에 수치심을 느끼는 리의 감정에 굉장히 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7. 아이들의 성장소설인 것 같기는 한데, 미국 아이들의 성장소설인 만큼 성적인 상황과 묘사가 좀 나오는 편이다. (선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재미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아이들 키우는, 특히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딸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라면 말이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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