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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후배들과 도쿄 타워를 다시 한번 봤다. 마침 책도 다 읽은 김에 다시 영화를 보니, 처음 봤을 때는 몰랐던 등장인물이나 뜬금없다고 생각했던 스토리들도 다 이해가 간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일부 장면들은 편집 과정에서 좀 잘린 것인지 책을 읽지 않았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긴 러닝 타임이 2시간 20분이나 되니 편집하느라 고생 좀 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각색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에는 없는 표현들이 무척 많이 들어갔다는 생각, 책에 없는 좋은 장면(고질라다!라거나 토끼를 키우게 되는 이유라거나 마사야의 라디오 방송 관련 에피소드라거나)도 몇군데 있다는 생각 등. 전체적으로 영화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됐다. 눈물은 처음만큼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담담하면서도 지루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다시 한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이하 감상 1. 책은 영화에서보다 훨씬 현실적인 분위기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빠.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그냥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남편과 아버지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책에서는 그보다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헤어진 이유도 조금은 더 현실적이고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마사야 역시 영화에서처럼 그냥 술술 풀리는 천재는 아니고 자기 스스로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도 한 것으로 나온다. 마사야의 엄마 역시 영화에서보다는 좀 더 구질구질하게 고생하면서 살았다. 전반적으로 책에서 보여준 현실을 부드럽게 다듬어서 판타지 같아 보이게 각색을 했는데, 이게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2. 영화가 성공적이었던 또다른 이유는 조연들의 형상화. 책에서는 조연들에 대해서는 가벼운 언급만 있고, 어떤 캐릭터들은 이름도 없이 별명(얼간이, T사장, BJ, 새 여자친구 등등)으로 표현되는데 영화에서는 미즈에를 포함해 모두 이름을 얻었고 캐릭터의 깊이도 생겼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더 좋았던 점은 특히 두 장면에서였다. 마사야가 어머니를 도쿄로 불러들여 같이 살면서도,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 자유가 속박되는 데 대한 불편함을 (독자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장면과 마지막 어머니의 장례를 치를 때 원고독촉을 받은 출판사와의 갈등에서 내가 좀 더 잘나가는 사람이었다면 저 작자들이 나에게 원고 독촉을 할 게 아니라 선물을 사들고 쪼르르 달려왔을텐데 하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라고 다짐하는 장면. 영화를 보면서 뭔가 설명이 아쉬웠던 점을 책에서는 현실적으로 설명해 줬다. 4. 물론 번역 원고에서 큐슈 사투리를 표현한다는 게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번역문에서 줄곧 사용한 정체 불명의 사투리 같아 보이는 말투는 좀 껄끄러웠다. 번역자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어색했는데, 그나마 장한 건 그 어투를 끝까지 일관성 있게 밀어붙였다는 점. 5. 책 소개에는 일본에서 이 책을 "일본어로 쓴 성경"이라고 칭한다고 하던데, 워낙 과장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니까 그러려니 하기는 했어도 좋은 책임에는 틀림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영화도 많이 봤으면 했지만, 부산에서는 어제가 마지막이었다. 서울은 어떨까 모르겠군.) 6. 영화에서는 어머니의 항암치료 장면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는데, 책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장면부터 그랬다. 사실 그 앞에까지는 담담하면서도 간혹 보이는 유머로 인해 슬픈 분위기는 아니었다. 역시 책 소개에서 웃다가 우는 꼴 보이면 챙피하니까 지하철에서는 읽지 말라는 이야기를 써 놓았지만, 뭐 이미 영화로 한번 면역도 됐고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 만 해 하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특정 부분 이후로는 자꾸 콧날이 시큰해져서 읽다 책을 여러번 덮었다. 덮고 다시 펼쳐도 한페이지를 지나가면 또 증상이 도져서 영 마무리하기가 어려웠었다. 7. 그래도 참 좋은 책이었다. 일본의 "책방 대상"이라는 상을 받은 책 네권 중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도쿄 타워"를 읽었으니 나머지 두권(밤의 피크닉,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도 곧 읽어 봐야겠다. 기대된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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