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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열린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미국 출신인 나탈리 걸비스가 2002년 데뷔 이래 첫우승을 달성했다. 우리나라의 장정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간 첫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장정을 물리치고 우승한 것이다. 걸비스는 그 동안 매우 꾸준한 성적을 거둬왔기 때문에 사실 6년 동안 우승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 자체가 잘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걸비스는 실력은 물론 미모도 뛰어나서 미국 내에서는 매우 인기가 높은 선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걸비스의 강점은 미모보다도 성격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걸비스와 비슷하게 미모를 평가받는 크리스티 커의 경우 성격이 매우 나쁘다. 인상도 나빠 보이지만 실제로 행동도 매우 신경질적이다. 반면에 걸비스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해도 그걸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늘 생글거리며 웃는다.
이번 시합에서는 사실 신지애가 참 아까웠다. 중간에 여러번 나온 어이 없는 퍼팅 실수만 아니었어도 연장전 없이 우승할 수 있었을 거고, 마지막 홀에서 친 절묘한 벙커샷이 홀 10센티미터 앞에서 서지만 않았어도 함께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을 거다. 결국 연장전은 마지막 4홀에서 버디 3개를 잡은 장정과 걸비스의 대결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선두를 위협하던 줄리 잉스터와 소피 구스타프손이 빠진 채 둘이 연장전을 치르게 되자 누가 우승하더라도 좋다 싶어서 마음이 놓였다.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전은 장정의 티샷이 걸비스보다 5~10야드 정도 덜 간 상태에서 투온을 노리기 위해 두 선수 모두 페어웨이 메탈을 사용했다. 그린 앞에 있는 실개천을 넘길 정도의 캐리가 있다면 런 때문에 공이 그린에 서기는 매우 어려운 홀이었다. 대부분의 다른 선수들도 그린에 공을 못세우고 그린 옆이나 뒤의 벙커에 공을 빠뜨렸었고, 잉스터는 요행히 그린에 공을 세웠지만 쓰리펏으로 파를 해 연장전에 못들어갔었다. 장정의 세컨샷은 왼쪽으로 바운드돼 벙커에 좀 못미친 그린사이드 러프에 들어갔고 (차라리 벙커에 들어가는 게 나았을 것 같다.) 걸비스의 세컨샷은 비슷한 위치에 떨어졌음에도 절묘한 바운드로 속도가 줄면서 그린 안에 들어가 섰다. 장정은 어프로치를 비교적 가깝게 붙였지만 버디 퍼트에 실패했고, 걸비스는 매우 먼 퍼팅이었음에도 1피트 이내에 공을 붙여 버디를 해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선수 같았으면 펑펑 울었을 것 같은데 걸비스는 여전히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걸비스를 보면 안나 쿠르니코바가 생각난다. 1998년 1월에 그리스에 갔을 때 마침 얼웨이의 브롱코스가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하는 수퍼보울 시합이 있었다. 나는 수퍼보울쯤 되면 당연히 중계를 해 줄 줄 알았는데 아무리 채널을 돌려도 미식축구가 나오는 채널은 없었다. 우리나라 70년대처럼 다방에서 권투중계해 주듯 수퍼보울 중계하는 다방은 없나 시내를 돌아다녀봐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 그리스의 스포츠 채널은 하루 종일 안나 쿠르니코바의 테니스 시합(그것도 8강쯤에서 탈락한 경기인데도)을 재방송해 줬다. 하긴, 처음 본 쿠르니코바는 예쁘긴 정말 예뻤다. 아무리 시합에서 지더라도 쿠르니코바가 테니스를 치는 모습만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요즘 마리아 샤라포바를 테니스 요정이라고 부르면서 안나 쿠르니코바를 원조 테니스 요정이라고 하고 샤라포바는 쿠르니코바와 달리 실력도 겸비했다고 주장하는데, 원조 테니스 요정은 사실 현재 그렉 노먼과 스캔들이 나 있는 크리스 에버트다. 그리고 그 후에는 심지어 마르티나 힝기스도 테니스 요정 소리를 들었었다. 또, 쿠르니코바 역시 우승만 못했을뿐 세계랭킹 10위권 안에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고 기억한다만 아닐지도...)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선수였다. 순수하게 미모만 따진다면 걸비스보다는 쿠르니코바가 좀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자기의 직업에 대한 충성도와 밝은 성격을 포함해서 평가한다면 걸비스가 쿠르니코바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축! 나탈리 걸비스의 생애 첫우승. 비록 장정이, 아니 그보다는 신지애가 우승하지 못한 건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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