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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 SF동에 먼저 썼던 글이다. 당시에는 존댓말로 썼지만, 블로그의 일관성을 위해 반말로 편집한다. 혹시라도 엔더 위긴 시리즈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글을 읽은 다음 헛돈 쓰지 말기 바란다. 이 엔더의 전쟁은 예전에 한번 봤었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스토리만 쫓아가다 보니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도 어쩐지 스타쉽 트루퍼즈와 비교가 되면서 그만 못하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 희미한 기억 속에서(나는 원래 어떤 책이든, 읽고 6개월이 지나면 스토리를 완벽하게 잊어버린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나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범인이 누구일까 정말 흥미진진해 하면서 네번이나 읽었다.) 엔더의 전쟁 다음편인 사자의 대변인에 대해서 통신망을 떠도는 호평을 듣고 상당히 오래 전부터 궁금해 했었다. 그러던 중 번역판이 나왔다고 해서 책을 냉큼 샀지만, 진도는 그다지 잘 나가지 않았다. 읽는 데 상당히 힘이 들었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굉장히 불쾌했기 때문이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고유명사가 왔다갔다하는 건 번역이나 출판의 무성의함이 드러나는 것같아 매우 눈살이 찌푸려진다. 엔더의 전쟁과 사자의 대변인을 한꺼번에 씹자면, 가장 웃기는 부분은 작가가 천재라고 설정한 엔더의 형제들이다. 작가가 작품 내의 인물을 묘사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 가운데 하나가 주인공을 전지적인 인물로 만드는 걸 게다. 작가는 대부분의 경우 그 작품의 스토리 진행과 복선을 다 알고 있고, 따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예언함으로써 그 전지성을 쉽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해서는 안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주인공을 천재로 만드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 등장인물은 미래를 예언하는 외에 다른 분야에서는 작가를 능가할 만큼의 천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책을 읽다 속는 듯한 느낌을 가질 경우가 있는데, 등장인물이 다른 사람에게 매우 재미있는 조크를 귓속말로 해 주고 자기들끼리 웃을 때이다. 그런 경우에는 이게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웃을 때로구나 하는 상황에 대한 공감보다는 작가로부터 사기를 당한다는 불쾌감이 더 커진다. 약간 경우가 다르지만 소설을 영화화하는 경우에 제일 난점을 겪는 것이 주인공을 뛰어난 가수나 작곡가, 화가 등으로 설정해 놨을 경우일 거다. 그런 케이스에서는 실제로 배우가 노래를 하거나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작품의 설정 만큼 뛰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탁월한 시인이나 문장가인 경우에는 대부분의 경우 이미 소설 자체에서 비웃음을 사게 되지만 말이다. 올슨 스콧 카드는 앤드류 위긴과 그의 형제들을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천재라고 주장하고 우리에게 이를 믿으라고 하고 있지만, 그냥 천재라고 표현하는 것과, 그들이 어떻게 천재인지를 묘사함으로써 그걸 믿게 만드는 것은 동일한 일이 아니고, 나는 아무리 그 책을 읽어도 위긴 남매들이 왜 천재인지를 알 수가 없다. 카드가 묘사하는 엔더 형제들 가운데 피터와 발렌타인이 하는 천재로서의 활동은 단 한가지뿐이다. 소위 네트라는 곳을 통해서 그야말로 뛰어난 주장을 펼치고, 그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을 창조해 내고 그 사이버 권력을 바탕으로 현실의 권력을 잡는다는 것. 일단은 그런 설정부터가 너무 유치해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에 더해서 조소를 금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카드가 아주 쪼끔 보여 주는 피터와 발렌타인의 그 멋진 주장들이다. 나는 그 멋진 주장들을 아무리 읽어 보더라도 그게 얼마나 멋있고 사람을 선동하는 것인지를 느끼지 못했다. 내게는 그저 겉멋이 좀 들어간 국민학생이 쓰는 글에서 그다지 발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카드는 피터나 발렌타인에 대해 그다지 많이 묘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비난은 불공정해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피터나 발렌타인과 동등한 수준의 천재이면서 카드가 수많은 묘사를 투자한 엔더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자. 엔더는 전 인류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비교할 수 없는 천재이다. (적어도 작가의 설정으로는 그렇다.) 이건 어떤 뜻이냐 하면, 엔더는 그 나이 또래 중에서 뛰어난 아이큐가 300쯤 되는 6살짜리, 혹은 12살짜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이큐 300짜리 6살 정도를 상대할 수 있는 20살짜리 어른은 무척 많다. 엔더는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여야 한다. 마치 모짜르트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는 엔더에 대한 묘사에서 그저 헛똑똑한 어린애 정도의 느낌만을 받을뿐, 모짜르트와 같은 압도적인 천재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 게다가, 카드가 엔더의 천재성을(혹은 독창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장치들 역시 정신적 능력보다는 육체적 능력, 또는 성격적 적합성에 대한 묘사같아 보였다. 한마디로 엔더는 아무리 봐도 천재같아 보이지 않더란 말이다. 엔더의 전쟁에서도 그랬고, 사자의 대변인에서도 그랬다. 그 다음으로 기분나쁜 부분은, 사자의 대변인이라는 존재이다. 나는 정말로, 사자의 대변인이라는 게 뭐 좀 특별한 것일 줄 알았다. 고작 저따위 일을 하는 게 마치 사제에 가까울 정도의 지위를 얻고, 온 세상의 누구나 그를 존중하고 그런다는 생각을, 저렇게 진지하게 설정하고 서술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사자의 대변인이라는 게 설득력이 있으려면, 적어도 죽은 사람과의 영적인 교감을 어떤 방법으로든 갖고 있다는 듯한 암시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건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죽은 사람 주위의 이놈, 저놈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그걸 바탕으로 죽은 사람은 이랬을 거라는 걸 추리해 내고 "내 생각에는 죽은 놈이 이런 점이 억울할 것같아. 진상은 아마 이럴 걸?" 정도를 떠드는 따위의 일이 그렇게 중요성을 갖는 사회나, 그걸 모두가 의심없이 믿는 구성원들을 저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 전무후무한 천재라는 엔더조차 전능한 컴퓨터 제인의 도움을 받는 마당에, 천재도 아니고 전능한 도움도 없는 온 우주에 갈린 그 수많은 사자의 대변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일을 한다는 말일까? 엔더와 피기의 관계에 대해서 인디언 부족을 떠올린다는 많은 지적은 옳은듯 하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서 카드의 휴머니즘을 비난하는 것은 올바르지는 않다. 카드는 적어도 '의도만은' 순수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 '순수한 의도'라는 게 더 불쾌하다. 그런 순수한 의도라는 것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백인의 가치관, 또는 기독교의 전도를 위해 애용돼 온 전가의 보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수한 의도라는 것 때문에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말이다. 쓰다 보니, 이게 이렇게 길게 평을 쓸만한 중요성이 있는 작품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나는 사실 이걸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사족으로 몇마디 더 씹자면, 엔더가 버거 여왕과 하는 지속적인 대화는 마치 소년 시절을 극단적인 강박관념 하에서 성장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다중인격증 증세와 비슷해 보였다. 엔더는 암만 봐도 싸이코같아 보인다는 말이다. 또한, 그 신비의 앤서블이라는 건 도대체 뭔지 이해할 수가 없다.(이 평을 쓰고 나서, 아주 나중에 르귄의 헤인 시리즈 중 아마도 "빼앗긴 자들"에서 앤서블에 대한 설명을 본 기억은 난다만 그래도 여전히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하여간, 당시에는 몰랐지만 앤서블은 SF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게 된 효율적인 도구로 이미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 모양이니 아래의 비난은 카드에게 집중돼야 할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작가는 아광속, 또는 특정 속도 이상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앤서블 통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설정해 두고 있는 모양인데,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가 서 있는 이 행성 역시 상당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엔더는 이미 1편에서 상당한 속도로 이동하는 전투기들을 앤서블을 이용해 지휘한 바가 있고 말이다. 도대체 시공사는 뭘 근거로 이 시리즈가 톨킨의 반지전쟁 다음으로 올타임 SF 중 2위라는 사기를 치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그야말로 선함의 극치, 뭐든지 다 믿는 인물로 만드는 건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스토리 진행시키기 참 쉽다 싶지만, 그걸 보는 일은 매우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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