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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그 소설이다. 영화로도 무척이나 유명하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든 소설이든 다 굉장히 유명함에도 나는 둘 다 본 일이 없었다. 책이야 이번의 스티븐 킹 전집 이전에 번역됐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정작 영화는 상당히 내 취향일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안봤었다. (하긴 그러고 보니 샤이닝도 본 일이 없다. 왠지 모르게 별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든다. 고등학교 때 일본 영화잡지인 로드쇼의 화보를 통해서 본 인상이 너무 깊게 뇌리에 박혀 있어서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샤이닝은 이번에 번역된 소설로 읽었고, 의외로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샤이닝의 무대가 됐던 오버룩(?)호텔은 미저리의 배경으로 슬쩍 스쳐 지나간다.) 그러다 며칠 전 이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한 바로 그날 우연히 케이블에서 미저리의 마지막 장면을 보게 됐다. 그래서 결말을 아는 채 책을 보기 시작했지만... 뭐, 결말을 미리 아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책은 흥미진진하다. 영화 미저리는 캐시 베이츠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봐도 그 이전에는 그다지 기억에 남거나 주목받을 만한 작품이 없다. 그런데 그 후에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나 키스의 전주곡 같은 제법 큰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하고, 킹의 작품을 영화화한 스탠드, 그리고 돌로레스 클레이본에도 출연했다. 책을 읽은 감상을 이야기하면서 굳이 캐시 베이츠를 언급하는 제일 큰 이유는 캐시 베이츠=애니 윌크스가 이 그.런.데. 혹은 그.러.나. 캐시 베이츠가 그린 애니 윌크스는 책에서의 묘사에는 속된 말로 쨉도 안된다. 나는 전혀 소설가가 아님에도 책을 읽을수록 점점 폴 쉘던(성을 보든, 썼다는 작품을 보든 시드니 쉘던을 연상하지 않기는 매우 어렵다)의 입장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서 애니 윌크스가 끔찍해지고 무서워진다. 내가 그런 처지에 처한다면 정말 상상만 해도 두렵다. 여태까지 읽었던 킹의 소설들 가운데 이 정도로 끔찍한 느낌을 준 것은 부기맨,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편 둘(하나는 물 공포증 때문에 겨우 무릎에 차는 물에 빠진 자기 아이를 구하지 못하는 이야기, 또 하나는 단편인지 의심스럽지만, 또 결말도 기억나지 않지만 외딴집의 침대에 양손이 수갑에 채워진 채로 홀로 남겨진 남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해 가면서 탈출하는 이야기) 정도였다. 우... 생각해 보면 킹은 정말 끔찍한 남자다. IMDb에 의하면 애니 윌크스는 American Film Institute's가 선정한 과거 100년 동안의 100대 악당 리스트 중 무려 17위를 차지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영화의 애니가 17등이라면 책의 애니는 무조건 그 10배는 흉악하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거의 끝날 때까지 소설가인 폴 쉘던의 1인칭적 시점에서 서술되던 글- 따라서 폴 쉘던은 상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한다 -이 경찰들에 의해 구출되면서 경찰관들의 시각에 의해 묘사되는 순간, 삽시간에 존엄성을 잃어버리고 그가 얼마나 인격을 박탈당했는지를 완연히 느끼게 해 주는 부분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주의깊게 볼 테크닉이었다. 킹의 소설에 등장하는 소설가들은 예외없이 자신의 세속적 성공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작가로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건 킹 자신의 이야기라는 게 너무나도 명백한데, 그걸 그렇게 대놓고 당당하게 써댄다는 데 킹 소설의 재미, 그리고 스티븐 킹의 자신감이 있다.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역시 재미있다. 약간 시대를 타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지루한 면이 느껴지고 별로 안무서운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소설적 의미에서의 재미는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돈이 아깝지는 않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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