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백 무협 단편집

좌백 무협 단편집좌백 무협 단편집 - 10점
좌백 지음/새파란상상

1. 좌백이 오랜 투병(이라기는 좀 그렇지만...) 기간을 거쳐 건강을 회복하고 복귀한 시점에 맞춰서 딱 단편집이 나온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오랜만에 나온 책이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 역시 충실해서 더욱 좋았다. 햇수로는 올해가 19년이 돼 가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진작에 단편집 하나 정도는 나왔어야 하는 연륜 아닌가?

2. 다만 이번 단편집에는 크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아픈 와중에 간신히 원고 정리를 마치고 입원하느라 내가 그의 책에서 늘 가장 재미있게 읽던 좌백자서가 빠진 것이다. 좌백도 아쉬워할 거라고 생각한다. 책이 많이 팔려서 증쇄가 나올 때는 좌백자서가 새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3. 난 이 책을 원고 단계에서 봤었는데, 그 때는 순서가 달랐다. 원래의 원고 순서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닌 듯하고, 편집부에서 정한 순서는 읽기에 괜찮았다. 첫 단편은 신자객열전. 좌백이 자객열전풍에 기대어 쓴 글인데 글의 분위기는 이 단편집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문장이 책 가운데 가장 고졸하고 품격이 있다.

4. 두번째 단편은 내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이다. 남이 쓴 글에 왜 내가 애착을 갖느냐고? 제목을 내가 지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래 돼서 기억이 안나지만 원래 제목은 내용을 좀 더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는데 시놉만 보고도 글이 마음에 들어서 이 제목이 어떠냐고 제안했던 것이다. 다만 원래 제목은 정생 다음에 쉼표가 없었고, 좌백이 처음 썼을 때도 쉼표는 없었는데 이번에 책에 나오면서 불쑥 쉼표가 들어가 버려서 글의 격이 낮아졌다고 생각한다. 책과 관련해 편집부에 대해 갖고 있는 제일 큰 불만이다. 내용은 뭐... 이 책 안에서 가장 원초적 무협에 가까운 글이다.

5. 세번째 단편은 이백의 협객행에서 모티브를 얻은 단편인데 이 책 중 가장 단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작품이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소품이기도 하다.

6. 네번째 단편 사도와 활검은 좌백이 가장 자신의 전공을 드러낸 글이다. 뒤에 있는 호랑이들의 밤보다 훨씬 철학적이다.

7. 다섯번째 단편 마음을 베는 칼은 이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데, 그 내용은 어딘지 진산의 백결검객을 연상시키는, 백결검객에 대한 좌백의 답변처럼 느껴지는 글이다. 그 동안 좌백이 무협을 써 온 성과를 스스로 정리한다면 이런 모양이다 싶기도 한 글이다.

8. 여섯번째 단편 조선군웅전 초는 좌백의 마음이 이미 기존의 무협에서 떠나가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글로 보인다. 무협 자체에서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틀을 벗어나는 중이라는 증거라고 하겠다.

9. 일곱번째 호랑이들의 밤은 단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해야 할 듯. 글로서의 완성도는 제일 떨어진다.

10. 마지막 글은 쿵푸 마스터. 비적유성탄의 후일담이자 이 책에서 제일 신나는 글이다. 좌백도 쓰면서 제일 신났으리라고 생각한다. 재미로는 최고다.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맨 뒤에 배치하는 건 편집부의 탁월한 선택이다.

11. 길게 평하고 싶지만 칭찬할 만한 재주가 딸려서 더는 하기 어렵다. 간단히 말해서, 읽어서 후회할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http://swordman.egloos.com2012-01-15T13:38:0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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